생각지도 못했던 깜짝 프러포즈를 시그니엘에서 받았어요.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는 환상적인 뷰의 룸과 시그니엘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까지 모든게 완벽했던 (처음부터 끝까지 남편이 나몰래 준비한거라 더 좋았던) 시그니엘 투숙기를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소중한 추억이므로 좀 더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해 호텔 투숙과 관련없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정말 많이 포함된 포스팅이라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1. 깜짝 프러포즈
당시 저희는 결혼준비로 매 주말마다 강행군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편한 옷은 필수였어요. 현 남편 구 남친이 이런 엄청난 이벤트를 준비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그날도 편하고 후즐근한 옷(추리닝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을 입고 , 심지어 화장도 안하고 롯데타워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어차피 롯데백화점을 둘러봐야 하는 날이었어서 한치의 의심도 없이 잠실로 향했어요. 그런데 평소에 리더십 부족한 남편이 왠일로 같이 갈 곳이 있다고, 아무말 말고 따라와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여요? 오잉, 대체 뭐지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프러포즈를 하려는 건가 싶어 어디 좋은데 가는거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아니라고 하면서 장소도 말해주지 않더라고요. 잠실 근처면 롯데호텔 월드거나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이겠지 싶었어요. 사실 장소가 어디든 호텔 스테이를 좋아하는 절 위해 남편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나 싶어서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날따라 제 차림새가 너무나 부끄럽더라고요. 사실 지금도 아무거나 입고가는데, 그날따라 유독 심하게 추레한 몰골이어서 자라에서 세일하는 옷을 한벌 삽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것 같아요. 투숙만 한 게 아니라 시그니엘 스테이에서 디너 예약까지 되어 있었고, 아무래도 프러포즈 받는 자린데 검정 바지에 후리스 입은 모습을 사진에 남기는건 좀 너무 슬프잖아요...?
그렇게 옷을 사서 남편을 따라가는데 남편이 롯데호텔 월드 쪽으로 들어가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설마 우리 지금 시그니엘 가는거냐고 물었더니 남편은 긍정도 부정도 안하고 되게 부끄러워하면서 본인도 잘 모르는 길로 저를 인도합니다. 귀여운 녀석...
2. 정갈한 웰컴티와 환상적인 뷰
얼결에 시그니엘에 도착했어요. 저는 이튿날까지 어리둥절 어안이 벙벙 상태를 유지하였으므로 사실 체크인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방에 도착하자 웰컴티가 제공되었어요. 하얗고 귀여운 다기 세트와 유자차, 그리고 적당히 달콤한 맛난 쿠키였어요.
창밖을 보는데 와, 정말 탄성이 나오더라고요. 서울이 이렇게 예뻤구나 싶었어요. 다섯시를 훌쩍 넘어 체크인을 했던 것 같은데,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하늘을 넋놓고 바라봤어요.
일단 여기까지 준비한 것도 놀라워서 제가 남편한테 어떻게 이런생각을 했느냐고, 기분 좋다고 고맙다며 칭찬을 했어요. 그랬더니 저녁에 또 갈곳이 있다는 거에요. 이때는 어떤 이벤트가 기다릴지 전혀 예측을 못했었어요.
2. 시그니엘 스테이에서의 로맨틱 디너(+ 반클리프앤아펠 팔찌)
저녁 시간이 되자 남편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시그니엘 안에서 먹을거라고 하는데 저는 시그니엘 레스토랑 스테이에 관하여는 찾아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큰 기대는 없었어요. 그냥 식당이겠거니 했고, 남편 돈 너무 많이 쓰겠다 걱정이 되었어요.
자리를 안내받고 앉았습니다. 저희는 인당 20만원대 코스를 선택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푸아그라 빼고는 전부 맛있었습니다. 요리 하나 나올때마다 요리 컨셉, 식재료와 조리법을 안내해 주셔서 좋았어요. 메인을 양갈비로 했는데, 요게 살짝 후회돼요. 저는 양갈비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스테이는 분위기가 정말 최고에요. 창가 자리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창가가 아니더라도 모든게 만족스러운 식사였어요. 남편아 고마워 밥 먹는 내내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아참 스테이 디저트 코너가 따로있어요. 하지만 프러포즈를 받을 당시 저는 날씬이였고, 또 요리로 이미 배가 차서 디저트를 많이 먹지 못했어요. 지금은 뚱뚱이 아줌마가 되어서 더 많이 먹을 수 있을텐데 괜히 아쉽네요. (또 가고싶어 남편아)
아니 그런데 디저트가 나올 때쯤 갑자기 망고케이크가 배달됩니다. 22번째 결혼기념일이라고 레터링 된 케이크가 도착했어요. 22번째 결혼기념일이라고 적힌 걸 보면 분명 잘못 배달되었는데, 케이크가 나오는 것을 당연한 듯 바라보는 남편을 보니 케이크를 주문하긴 했나보다 싶었어요.
식도 안올린 저희 부부는 22번째 결혼기념일 케이크를 앞에두고 잠시 바라보았어요. 읭 이게 뭔가 싶었는데, 잠시 후 직원분께서 오셔서 케이크가 잘못 배달되었다고, 다시 올려주십니다. 초가 켜져있고 결혼해달라고 써있는 케이크였어요. 심장이 너무 놀라서 쿵쿵 뛰는데 직원분께서 꽃과 선물을 들고오셨어요.
너무나 예쁜 꽃다발과 반클리프앤아펠 팔찌에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까지 남편이 얼마나 오래 고민했을지 (또 얼마나 큰 맘먹고 준비했을지) 생각하니 너무 고마웠어요. 결혼은 당연히 할건데, 이렇게 멋지게 프러포즈 해 줘서 고마워 신랑아. 오글오글하지만 직원분께서 나랑 결혼해줄래 어쩌구 하는 영상도 찍어주셨어요. (하지만 쑥스럽기 때문에 다시 보지 않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거에요.
3. 시그니엘 스테이 조식
조식은 스테이에서 제공됩니다. 뷔페식은 아니고 테이블마다 코스로 차려주시더라구요. 아침일찍 갔더니 운 좋게 창가자리에 앉았어요. 무화과와 생크림이 얹어진 와플과 팬케이크가 특히 맛있었던 저는 역시나 빵순이인가봅니다.
하룻밤 동안 뭐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구요, 꿈 같아요. 어쨌거나 멋진 추억, 좋은 추억 만들고 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애기같은 신랑이 이걸 다 어떻게 준비한건지 기특하고 고맙네요. 그럼 저희 부부의 추억이 마구마구 담긴 시그니엘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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