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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고 써보고 즐기기.

2021年 하녹댁 겨울冬 이야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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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우리가 함께한 겨울을 추억하기 위한 기록.

2021년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특별했다. 많은 것을 함께 경험했고, 이제 더 많은 날들을 함께하기 위해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것,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우리를 중심으로 한 가족을 꾸린다는 것, 더구나 너와 내가 만나 이렇게 살게되었다는 건 남편도 나도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고,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그렇게 서로 다른 우주가 만나 부부로서 첫 겨울을 맞이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온전히 함께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작은 다툼이 있긴 했지만, 역시 행복했다.

나는 사계절 중 겨울을 병적으로 좋아한다. 조금 과장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겨울은 내게 단순히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맞이하는 두근거림은 여전히 어린시절의 그 마음 그대로이고, 새해가 시작되는 그 희망찬 기분도 겨울이 아니면 느낄 수 없기에 나는 겨울을 준비하고 겨울을 나는데 유난히 호들갑을 떤다.

어린시절의 겨울이 좋았던 기억뿐이라 그런 것 같기도하다. 돌이켜보면, 추운 겨울날 우리집은 특히 따뜻하지 않았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순탄치 않은 어린시절을 보냈던 나는 분명 그때도 춥고 외로웠을텐데 신기하게도 어떤 날이 정말 춥거나 외로웠다는 기억은 전혀 없다. 힘들었던 어린시절을 잘 극복했기 때문일까. '그 언젠가 겨울날이 정말 따뜻했었네' 라는 기억뿐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했고,
친구에게서 선물도 받았다.
귀여운 앙시
남편을 위해 밀도에서 슈톨렌도 샀으며
크리스마스 이브날은 예쁜 케이크를 먹었다


눈 오는 겨울날, 크리스마스 때인지 어느 해의 마지막날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여닫을 때 늘 삐걱거리던, 그래서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이면 요란하게도 끼익끼익 대던 우리집 문 앞에 할머니가 다니던 교회의 성가대원들이 찾아와 불러주던 찬송가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까만 밤에 하얀 눈송이와 성가대 소리. 나는 그렇게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찬송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날이 추워지면 이른 겨울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를 했던 것도 기억난다. 엄마 말을 빌리자면 우리 아빠는 뭐든지 벌리기를 좋아하는 사람(특히 뭔가를 사거나 만들어 내는 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인데, 아빠의 벌리기 좋아하는 성격 덕분에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 같은 (엄마에게) 성가신 활동을 참 열심히도 했다.

나는? 당연히 재미있었다. 어린시절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며 산타 할아버지(사실은 부모님인걸 처음부터 알았지만)의 선물을 손꼽아 기다렸던 그 마음 때문일까, 나는 크리스마스는 늘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다. 그리고 나 살기 바쁜 와중에도 그 날 만큼은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러브액츄얼리 영화처럼말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맞이하는 겨울이, 우리가 가족으로서 맞이하는 첫 겨울이 더 따뜻하고 특별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참 많은 것을 함께 했는데, 연말에 꼭 해야하는 '우리 가족'의 연말 행사도 생겼다. 하나는 당연하게도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다. 나는 남편에게 초겨울이 되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겠노라 선언했다.

또 하나는, 가족들이 모여서 새해 계획을 세우는 거다.

어린 시절의 나는 연말이면 한해동안 부족했던 점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가 시킨적도 없는데 연말 시상식을 켜놓은 티비앞에서도 다음해 다이어리를 펼쳐두고 다가올 새해의 청사진을 그렸다. 새해에는 더 나은 내가 될거라는 확신과 새로운 한해의 무한한 가능성이 나를 황홀할 정도로 설레게했고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면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졌다.

성인이 되어 한참 동안 사는게 바빠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을 잊고 살다, 우연찮은 기회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세레모니로 비전노트 만들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비전노트 만들기는 어린 내가 했던 그 활동과 참 닮아있어서, 혼자서 은밀히 시작한지 3년차가 되던 때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거다. 착한 내 남편은, 내가 하는 일은 무조건 지지해주기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오히려 기뻐하며) 새해 계획 세우는 활동에 기꺼이 동참해주고 있다.

새해 첫날 눈사람을 만들었고
겨울철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보며 감탄도 했다


2022년 새해가 벌써 10일이나 지나가버린 지금, 앞으로의 겨울이 어떨지 상상해본다. 언젠가는,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길 수도 있다. 이대로 둘만의 시간을 더 갖게될지도 모르지만, 아이가 태어난다면 우리의 겨울은 지금과 같은 여유는 사라지겠지만 더 따뜻해지겠지. 그리고 내년 이 맘때쯤, 지난해를 돌이켜볼 나에게 올 한해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눈부시게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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